우리나라는 올해 30-50클럽의 새 회원이 된다. 30-50클럽은 인구 5천만 이상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인 선진국가를 지칭한다. 이제까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6개 나라다. 2005년 이탈리아가 회원이 된 이후 13만에 한국이 일곱 번째가 된다. 올해 우리의 국민소득은 32,000불로 전망한다. 3% 초반의 경제성장에다 급격한 환율 상승이 없는 한 무난하다는 예상이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전쟁 휴전연도인 1953년에 67달러에서 지난 해까지 65년 동안 443배 늘었다. 2만 달러를 2006년에 넘어섰으니 15년 만에 3만 달러 고지에 이르렀다. 다른 30-50의 회원국들은 모두 식민지를 운영한 강국들이지만 한국만이 유일하게 타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차이가 있어 비교된다.

그런데 이 선진국 지위도 한시적일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가 때문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 총인구가 5216만이고 2045년부터는 5천만 이내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 지 오래다. 북한 핵 위기가 실제 점화될 때에도 소득수준이 그대로 이거나 늘어날지도 미지수에 가깝다. 그런 비상(非常) 믿고 싶지 않지만 심상치 않아하는 교황도 ‘한반도 대치가 극복되길 기도하자’ 는 성탄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해 연말 영국의 시사주간지 The Economist는 ‘올해의 나라’(Country of the Year)로 프랑스를 선정했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프랑스와 경합을 벌였으나 결국 프랑스로 귀착되었다. 한국은 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국내정치에 성취를 이루었다 하여 후보가 되었고 무소속 대통령을 탄생시켜 노동개혁이 평가를 받은 프랑스는 강성 노조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해고요건 완화 추가근무수당 축소 노사협상 권한을 산업별에서 개별 기업이 갖도록 하는 혁신을 실현했다.

오늘의 우리는 프랑스의 시행착오를 따르는 듯하여 역 주행이라는 기우가 나오기도 한다. 대기업과 고소득층 겨냥하여 세금 올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 등의 ‘소득주도 성장’을 이르는 말이다. 그 길은 전에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 외길의 실효성 물음에 어느 당국자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날개를 편다’ 라 했단다. 앞날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역사적 조건이 ‘지나간 이후에야 그 뜻이 분명해진다’는 헤겔(Georg W.H. Hegel)의 말이다.

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이다. 부엉이는 그와 항상 같이 다니는 신조(神鳥)다. 미네르바는 부(父)와 부적절한 일이 부끄러워 사람 눈이 있는 낮에는 웅크리고 있다 밤이 되면 활동한다. 미답(未踏)의 길은 반드시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길은 이후에야 지름길이었다는 게 분명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지나친 속도와 거친 보폭은 금물이다. 경제가 볼모가 되는 야행성 검증실험이어서는 더욱 곤란하다.  

30-50클럽에서 낙오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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