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우 초빙교수
이보우 초빙교수

[금융계=김수지 기자]  

이즈음 참새들은 겁이 없다.

아파트 구내에 간이 체육시설이 있다. 입식 자전거와 철봉 회전판 등을 두고 간단히 운동을 하거나 쉬는 공간이다. 거기서 이따금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데 어디서 날아 온 참새들이 회전 중인 바퀴 가까이로 어정어정 걸어 들어온다. 이봐 겁도 없이 하는 생각으로 눈살을 보내지만 그들은 도리어 빤히 올려보며 왜요 하는 표정을 보낸다.

녀석들은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려진 과자 부스러기라도 찾는 모양인데 그렇지만 운동 중인 사람 의 코앞으로 슬슬 비집고 들어오다니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다. 물론 비둘기나 까치 등 다른 새들도 주변을 얼씬거리기는 한다. 그래도 그네들은 다리만 조금 더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까지는 들어오지않는다. 그러니 이들 참새는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지 않나 싶었다. 이 녀석들은 비로서 인간이 자기들을 해치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 이웃 인간에게 손을 내미는 건 아닐까 하는 비약에 이른다.

이렇게 간이 크고 당돌한 참새를 본 건 처음은 아니다. 꽤 오래 전 스위스 몽트뢰 Montreux의 AIBD[i] 연수에 갔을 때다. 제네바 호수 주변을 따라 형성된 시가지 위로 갈매기를 비롯한 여럿 새들이 어울려 날아다니고 있었다. 벤치에서 그들의 비상을 보고 있는데 불현듯 발치에 참새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내가 낯선 시선을 보내는데도 그네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부리로 뭔가를 부지런히 쪼거나 저들끼리 놀이에만 분주했다. 그러다 가끔은 힐끗 올려다보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무서움이나 경계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생소했다. 서울의 참새는 사람만 보면 줄행랑인데. 그 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에 미쳤다. 이곳 참새들은 인간은 자신들을 괴롭히지 않는다고 믿는구나. 당시 개도국 (developing country) 우리 포장마차에서의 별미 ‘참새 구이’ 와 연상(聯想)이었다.

지난 달 세계무역개발회의(UNCTAT)[ii]는 한국을 그룹 A(개도국)에서 그룹 B(선진국)로 지위변경을 가결했다. 195 회원국 만장일치였다. 한국의 선진국 편입은 1990연대 중반 이후 IMF, 세계은행, OECD가입으로 지정이 되었지만 지위변경을 회원국이 결의한 건 처음이다. 때를 맞춘 듯이 도쿄 선수촌에 범 내려 온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신에게는 5천만의 응원과 지지가 있사옵니다 하는 글귀가 걸렸던 그 자리다. 개도국 년간에는 한국은 아시아의 4룡(Asian four dragons) 중 하나였다. 이제는 선진(developed) 호랑이로 변신하여 ‘범 내려 온다’ 고 스스로 외친다. 도쿄올림픽에 맞추어 일본에 가네 마네 밀고 당겼는데 그만이었다. 현해탄 파고는 여전히 출렁거리는데 잦아질 줄 모른다.

범이 내려온 세상이다.

날짐승 마저 이웃 하자 다가오 듯한 선진세상인데.

[i]AIBD(Association of International Bond Dealers 국제본드딜러협의회) 국제증권시장의 문제 연구와 발행유통시장에서 유대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한 국제채권업자들의 협조 기관. 1969에 설립되었다.

[ii]UNCTAD(UN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는 국제연합 총회 상설기구로 회원은 195개국이다. 회원국은 4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그룹 A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도국 B는주요 서방 선진국 C는중남미국가. D는 러시아 및 동유럽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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