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에 KT가 주도하는 K뱅크와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가 선정됐다. 사진은 제주 카카오 본사(왼쪽)와 서울 KT 사옥(오른쪽). (사진=연합)
 
23년만에 점포없는 '인터넷 은행' 시대가 열린다. 
지난 11월 29일, 카카오가 이끄는 한국카카오은행 컨소시엄과 KT를 필두로 하는 케이(K)뱅크 두 곳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1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 인터파크, KT 등 3개 컨소시엄의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했다. 그 후 7개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 11월 27∼28일 서울 근교의 한 은행 연수원에서 사흘간 합숙하며 서류 집중 심사와 신청자별 프레젠테이션·질의응답 등을 진행해 세 곳 중 두 곳을 결정했다. 한국은 2002년과 2008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시도하고,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은산분리등 각종 제도적 제약에 걸려 무산되었다. 23년만에 국내 1호 인터넷 은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은행') 컨소시엄과 케이(이하 'K')뱅크 컨소시엄이 국내 은행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사업자가 된 것이다.

예비인가 심사는 자본금 규모(100점)·주주구성계획(100점)·사업계획(700점)·물적 설비(100점) 등 총 1천점의 배점으로 이뤄졌고, 사업계획 중에서는 혁신성·금융소비자 편익증대·사업모델 안정성·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 기여 등 5개 항목이 중점 심사됐다. 선정 결과 두 컨소시엄은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운영의 가능성과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카톡’ 기반 낮은 진입장벽 강점 

카카오은행 컨소시엄에는 카카오 외에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외에 넷마블, 로엔(멜론), SGI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이베이, 예스24, 코나아이, 텐센트 등 11개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 KB국민은행이 10%, 카카오가 10%, 나머지 8개사가 각 4% 이하의 지분을 갖는 지분구조다. 자본금은 3천억원이다. 

카카오은행이 평가위원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고객과 가맹점을 직접 연결해 카드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차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한 중금리 대출 시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또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간편송금 서비스 및 자산관리서비스도 선보인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앱투앱결제'로 고객과 가맹점을 직접 연결해 카드 수수료 비용 등을 절감하고, 카카오톡과 연결된 간편송금 서비스로 국내는 물론 해외 계좌로도 간편한 송금 서비스도 선보이기로 했다. 앱투앱결제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 고객과 고객 또는 소비자와 판매자간에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다.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을 통한 '중금리 시장 혁신'도 카카오은행의 주 사업전략이다. 옥션·G마켓, 예스24, 멜론, 우체국 택배, 카카오택시, 넷마블 등 주주 구성사의 제공 콘텐츠를 기반으로 모은 빅데이터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다음검색 등으로 모인 사회관계망 관련 데이터를 추가해 신용평가시스템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존 카카오 시스템 활용에 따른 정보기술(IT) 비용 절감,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 혜택, 재정관리·맞춤상담을 자동응답으로 제공하는 금융봇 서비스 등도 카카오은행이 내세우는 지향점이다.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은 주주사인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망을 활용해 '옴니채널'(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이용환경) 흐름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SGI서울보증은 중금리 대출에서의 신용위험 최소화에, 중국 인터넷기업인 텐센트는 해외시장 진출 등에 시너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통해 사업 시작 3년 차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카카오톡 기반 사업계획의 혁신성이 인정되고 사업 초기 고객기반 구축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K뱅크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뱅킹”

KT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인 K뱅크는 KT를 필두로 GS리테일,우리은행, 한화생명, KG이니시스, 다날, 8퍼센트 등 총 21개사가 참여했다. 지분율은 우리은행과 GS리테일, 한화생명, 다날이 각 10%이지만 우리은행을 빼고는 산업자본에 해당하므로, 4%를 넘는 6%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주도업체인 KT는 8%(4%는 의결권 포기)다. 

K뱅크의 지향점은 '우리동네 네오뱅크'이다. 빅데이터 역량과 정보력을 기반으로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금보다 저렴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사업계획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언제 어디서나(Connected), 개인화된(Customized), 편리한 서비스(Convenient)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3C'를 내세우며, 4개 영역과 16개의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K뱅크 또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내세웠다.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이용하는 고객 중 빅데이터 분석으로 부실 가능성이 없는 고객을 발굴해, 10%대의 중금리로 대출한다는 계획이다. 

KT는 중금리 대출심사에 적용할 수 있는 3천만명의 고객 이용정보와 자회사 BC카드의 2천6백만 고객 결제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컨소시엄 중 유일한 카드 참여사인 BC카드의 265만 가맹점을 분석하면 대출심사에 적용할 수 있는 양질의 매출 정보, 가맹점 등급 정보를 알 수 있어 이에 세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금리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의 경제 활동에 기여할 것으로 K뱅크는 기대했다.

아울러 K뱅크는 자영업자를 위한 '원스톱 소호(SOHO) 금융 플랫폼'을 갖춰 창업과 사업 활성화 등 단계별로 컨설팅과 금융서비스를 제공, 계좌번호 없이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기반으로 하는 간편 송금 및 이체 서비스 계획도 내놓았다. 

그밖에도 K뱅크는 주주사들인  KT의 통신서비스와 Genie(지니), IPTV, GS리테일 멤버십 등을 활용하여 비금융 혜택도 제공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돈 대신 ‘엑소 노래 30곡’, ‘암살 올레TV VOD’로 이자를 받거나, 무료 음성통화, 데이터 등으로 이자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식이다. 

인터넷 은행 “이젠 1호 경쟁”…
은행법 개정 여부 '촉각'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은행업과 관련해 인력을 비롯해 조직, 전산설비 등 물적 시설을 갖추고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금융위는 본인가 신청을 받으면 1개월 이내에 본인가 여부를 결정하며, 본인가를 받으면 그로부터 6개월 이내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먼저 준비를 마치고 본인가를 신청하면 그만큼 빨리 영업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앞으로는 시장 선점을 위한 '1호 인터넷은행' 경쟁이 두 사업자 간에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1호점의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9일 임시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예비인가자는 관련 법령에 부합하도록 경영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등 내부통제 체계를 사전에 충실히 구축히 신설 은행의 조기 경영안정에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아이(I)뱅크 컨소시엄에 대해 금융위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방식의 영업위험이 높고 안정적인 사업운영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비인가를 권고하지 않았다. 

인터파크를 주축으로 하는 인터파크컨소시엄에는 인터파크 외에 SK텔레콤, GS홈쇼핑, BGF리테일, 옐로금융그룹, NHN엔터테인먼트, 한국전자인증,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등 총 14개사가 주주업체로 참여했다. 

한편, 통신업계 1,2위를 달리는 SK텔레콤과 KT의 희비도 엇갈렸다. SK텔레콤은 인터파크가 주축이 된 아이뱅크 컨소시엄이 탈락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인터넷은행 2차, 3차 진입 기회가 있겠지만, 이번에 고배를 마심으로써 시장 선점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향후 재도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 환경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뱅크 컨소시엄 TF장 김인회 전무는 "K뱅크는 차질 없는 사업준비로 중소상공인의 창업지원,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혜택을 확대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이용자 편의성 확대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1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은행의 출범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 개정안과 미묘하게 맞물려 있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한도를 4%에서 50%로 늘리려고 한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지난 7월 3일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터넷은행의 최소자본금을 250억원으로 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대해선 인터넷은행 주식보유 한도를 50%까지 허용하는 게 골자다. 현행 4%인 비금융주력자 지분한도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50%로 높여 은산분리 규제를 '부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4% 한도 때문에 인터넷은행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ICT 기업 등을 포함해 창의성·혁신성을 갖춘 잠재 사업자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들어 은산분리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부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발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인터넷은행 허가의 정책 목표인 만큼, ICT 기업과 같은 산업자본이 활발히 참여하도록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를 일부 완화해도 경제력 집중 논란과 대주주의 사금고화 문제는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다"며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법인대출은 미미할 것이며 제도적으로 대주주와의 거래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기 때문에,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정부가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한 직후 논평에서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금지한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은행법 개정에 반대한다"며 이 법안의 국회 처리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무위원회는 은행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금융위가 한 곳이 아닌 두 곳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내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은행법 개정 후에 2단계 추가인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 경쟁구도 형성을 고려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비인가 발표시기가 애초 예상했던 12월보다 당겨진 것도 법안심의 상황과 연결해 보는 관측도 있다. 은행법 개정이 최종 무산되면 인터넷은행 추진동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려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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