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금융계 / 이보우 편집위원]

새해의 소망

 

   
이보우 편집위원
(현) 월간 금융계 편집위원
(현) 단국대 경영대학원
신용카드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중문학과
베이징대학 경제학 박사
여신금융협회상무이사
한국신용카드연구소 소장
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
지난 연말 아파트 앞 길섶에 새해 해맞이 행사 프랑카드가 걸렸다. 거주지 자치단체에서 주선하여 인근 야산에 올라 주민들이 새해를 맞는 행사다. 지역과 주민을 위하여 무슨 일인가를 한다는 뜻일 터이고 사람들은 그들의 소망을 기원하는 자리일 터다.
올해는 서민살림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한다.
지난 해 우리 국민 1인당 소득은 24,044달러, 경제성장률은 3.2% 정도로 예상한다. 소득은 사상최고 수준이다. 1인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2007년 이후 6년이나 지났다. 그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이 3.01%은 잠재성장률 3.3~3.8%에 미치지 못한다. 성장에 필요한 자원이나 생산요소가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성장동력이나 효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새해는 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공정한 법치가 이루어진 세상이었으면 한다.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이자 소망이다. 집회와 결사는 기본권이니 보장되어야 하지만 법이 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1984년 6월 필자는 은행 런던지사에 부임했다. 그때 영국은 적자에 허덕이는 광산의 폐광을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마침 시위대가 경찰에 돌을 던지는 사건이 일어나자 당국은 기마대를 앞세우고 가차 없이 진압했다. 불법에엄격히 맞선 대응이었다. 영국정부는 법치를(the rule of law) 폭력으로 다스리려고(the rule of mob) 하는 책동을 용인하지 않았다. 이후 파업은 일년 간이나 계속되었지만, 파업에 가담하지 않은 직장인 하나 하나를 에스코트하여 출근하게 했다. 법치와 정의의 실현이었다. 결국 적자 탄광은 문을 닫고 비효율의 공기업은 민영화의 길로 가게 된다.
이 갑오년 중에 북한동포에게 한 상자 라면이라도 보냈으면 한다.
꼭 라면이 아니라도 좋다. 이 추운 날씨에 더운 국물 한 사발이라도 공포 없이 먹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북녘이었으면 좋겠다. 국경을 넘어 만주 벌판을 헤매는 동포들을 조건 없이 데려올 수 있으면 마음이 놓이겠다. 통일이 가까워진다고 하나 그게 어디쯤에서 서성거리는지 알기 어렵다. 그때까지는 수많은 형제들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한 세기 전 1984년 갑오년은 경장(更張)의 해였다. 정치 사회적 혁신이었다. 비록 외세의 영향이 있었더라도 사회가 근대적인 사회로 발걸음을 내디딘 변화였다. 토인비(A. Toynbee)는 ‘A study of history(역사의 연구)’에서 역사는 순환한다고 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주기로 반복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그 문명은 그때 마다 도전과 응전에 따라 운명이 갈라진다고 한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 불법에 대처하는 정의, ‘전쟁은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도전에 어떤 경장(革新)의 응전이냐가 성쇠를 가름한다.
새해 소망은 이 시대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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