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금융계 / 양학섭 편집국장]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만이 최선인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보이스피싱, 스와핑 등은 온 국민들을 항상 불안에 떨게 했었다.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 결국 금융기관의 정보유출감지 시스템부재와 늦장 대응 그리고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부른 초대의 금융사건으로 번진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나 금융기관에서 무차별적으로 필요이상의 개정정보 동의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이, 무단으로 불법 거래되고 있었다는 것은 감독당국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최근 5년간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낸 19개 금융사들 가운데 정보유출 사고를 스스로 인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문제는 검찰과 경찰 등 외부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 받고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등 그동안 정보유출은 무방비 상태였다. 이 밖에 정부의 후속대처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최근 대규모 개인금융 정보유출로 국민적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이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 뒤 평균 1년이 지나고 나서야 정보유출 사실을 안다는 것 또한 국민을 불안케 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번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낸 3개 카드사 및 SC은행·씨티은행 개인정보 유출도 창원지방검찰청의 수사 과정에서 알려지게 됐다. 문제는 사건이 터진 후 금융당국이 매번 내놓는 후속 대책들이 과연 믿을만한 대책인지 고객들은 불안해하고 울화통이 터진다.
앞으로 고객들의 집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돼 금융기관들은 천문학적 숫자의 보상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이번 사태로 카드사 사장들은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이미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고객들은 책임 회피성 사의라고 분노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오·남용하면서 금융 회사들과 유착해 국민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다. 금감원은 금융 회사에 대한 감독·검사·징계권을 무기 삼아 금융 회사 감사 자리를 거의 독차지해 왔고 경영진 인사에 개입하기도 했다. 지난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났듯 금감원 직원들이 뇌물을 받고 금융 회사들의 부정을 눈감아주거나 아예 함께 비리를 저지르기도했었다.
모든 규제는 아무리 좋은 뜻에서 시작했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반드시 크고 작은 부작용을 불러온다. 금
융 고객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기관이라 해서 금감원처럼 때로 금융 회사들 위에 군림하면서 때로 그 권력을 수단으로 금융 회사들과 한편이 돼 본래의 설립 취지를 잊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과연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만이 최선인가. 앞으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설립되더라도 설립취지에 맞게 소비자 보호 역할에 충실하면서 감독기관의 본분도 지키게 할 제도적 방안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동양사태'로 금융소비자의 보호 필요성이 높아졌으나 여·야 간 의견이 상충되는 와중에 이번에 대형 카드 사태가 터짐으로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금융체제개편과 맞물린 만큼 금융위원회도 손볼 것을 주장하고 있어 2월 임시국회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감독원에서 분리해 설립하자는 취지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두고 여야 간 의견차가 있는 데다 야당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 개편도 함께 주장하고 있어 2월 임시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법안통과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정부에서는 이번사태를 통해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응급조치보다 재발방지를 막기 위한 후속대책에 따른 관련 법안마련에 치중해야 할 때다.
그리고 정부는 관련자 문책이나 피해금액을 전액보상해 주겠다는 식의 대책만이 최우선 되어서는 안된다. 피해를 미리 방지하고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상과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는 신용정보보호 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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