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금융계 / 이보우 편집위원]

살 맛 나는 기업환경


   
이보우 편집위원
(현) 월간 금융계 편집위원
(현) 단국대 경영대학원
신용카드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중문학과
베이징대학 경제학 박사
여신금융협회상무이사
한국신용카드연구소 소장
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
신용카드 업계가 죽을 맛이다.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신뢰가 땅에 떨어진데다가 영업정지와 누적되어 온 규제(regulation)로 허리를 펼 수 없는 처지다. 거기다 지난해부터는 반강제로 수수료도 낮추었다. 휴면계좌를 정리와 함께 신규발급 카드 숫자도 크게 줄었다. 수익이 뚝 떨어 진다. 그렇다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기도 어렵다. 부대 업무 범위를 늘려서 일감을 찾으려 하지만 허가(positive)는 요지부동이다.
아무리 보아도 카드산업 규제는 지나치다. 회원모집, 한도, 카드사용, 채권관리. 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어느 부문 하나 규제가 없는 곳이 없다. 사사건건 얽어매었다. 금융산업이 특성상 규제가 많다고 하나 어느 부문에서도 이렇게 세세한 간섭은 없다.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카드를 이용하고 돈을 융통하기에 관리가 잘되지 못하면 국민의 편익을 해친다. 가계대출을 늘리는 부작용 걱정이 없는 게 아니다. 그렇다 하여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독 신용카드에만 거미줄 규제를 쳐놓은 곳은 찾기 어렵다. 큰 틀에서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간섭이 주류다.
정부는 규제를 ‘손톱 밑 가시’ 정도로 본 것 같다. 조그만 바늘 하나만으로도 크게 아프지 않게 뽑 힐 가벼운 불편쯤으로 여긴 것 같지만 이내 그 실체가 암 덩어리로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임이 드러났다. 이제는 쳐부숴야 하는 원수로까지 진화되었다.
암 덩어리라든가 원수라는 용어가 거칠지 않느냐는 격에 대한 얘기가 있기도 하지만 규제의 본질을 들어 내보이고 강조하는 말로 필자는 본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하루가 시급한 터에 사사건건 이러 저러한 법이나 행정조치 등 규제로 발목을 잡히는 일이 한둘이 아니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는 악성종양과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자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 종양을 더욱 악성으로 만드는 건 창구지도라는 명시되지 않는 규제다.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지를 옭아매 활동을 불편하게 한다.
규제의 또 하나의 성질은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이다.
한 번 시행이 되고부터는 그걸 풀거나 되돌리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규제는 구체적 사항에 대하여 목표를 두고 제거하거나 완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규제주체에 맡겨 두어서는 도로아미타불이될 개연성이 크다.
규제가 암 덩어리로 판명된 이상 외과적 수술과 함께 방사선 치료 등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살맛 나고 투자와 일자리를 불리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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