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금융계 / 이보우 편집위원]

 조상 탓

 

   
이보우 편집위원
(현) 월간 금융계 편집위원
(현) 단국대 경영대학원
신용카드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중문학과
베이징대학 경제학 박사
여신금융협회상무이사
한국신용카드연구소 소장
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
세월호 탓일 게다. 지난 5월 소비자 동향지수가 전월의 108에서 105으로 3포인트나 하락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다는 얘기다. 주변에서도 야회활동이나 모임 등이 자제하거나 미리 예약해 둔 여행일정을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인다. 백화점이나 판매업소들의 매출도 전월에 비하여 14.3%나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를 나타내듯 신용카드 사용 승인도 5월 둘째 주에는 -4.2%나 오그라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는 벌써부터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3.9%에서 3.7%까지 사실상 하향 조정하였다. 자연재해가 나면 소 규모의 전쟁과 비슷하게 경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달에는 자치단체장 등의 선거가 있다. 월드컵 축구 경기도 개막된다. 두 행사를 지나면서 울적한 트라우마( trauma)의 터널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이번 선거는 이 정부의 중간평가라고 하던데 이번에 비로서 나타나는 구호는 아니다. 무거운 사건이 있으면 꼭 당시의 정부 탓으로만 돌리려는 유혹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지난 1월 개인정보유출사고의 여파로 관련 카드사의 CEO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정보 유출사고는 사실 그 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올해의 사고규모가 사상 가장 컸다. 제2의 유출사고나 이용이 없다던 수사도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장담과는 달리 유출된 정보는 이미 버젓이 불법 영업으로 이용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책임자들이 처벌과 동시에 카드사는 3개월이란 영업정치 처분을 받았다. 내렸다.


Heinrich는 사고는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위하여는 크고 작은 전조(前兆) 여러 차례 나타난다고 한다. 사고는 하루 아침에 불현듯 밀려오는 게 아니라 상당기간에 걸쳐 다수의 메시지로 전해지는 게 보통이란 얘기다. 그걸 느끼지 못하고 무사하게 대충 넘어가게 되어 참상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사고 당시에 모든 책임을 떠 안은 사람은 다소 억울하기도 할지 모르겠다.


6월이다. 싱그러운 초록에 눈이 시리다.
가라앉은 배를 두고 더 이상 시비는 그만 했으면 한다. 갈 길이 바쁘다.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을 그냥 덮자는 게 아니다. 그건 사법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제발 제 손으로 고른 대통령에게 삿대질은 그만 했으면 한다. 그 일을 ‘광주’와 견주어 선동하는 일도 가슴 아프다. 고혼(孤魂)들을 욕 보이는 행태다.
조상만을 탓 할 일이 아니다.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오늘까지 끌고 온 만성질환이 한 순간에 터진 사건이기에 그렇다. 이 기회에 원인 바이러스의 백신을 만들고 치료제를 다듬으면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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