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금융계 / 백성진 편집위원]

백성진의 금융 에세이

대부업의 현주소

   
백성진
월간 금융계 편집위원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
빚을갚고싶은사람들
공동대표
금융정책연구원 이사
한국의 대부업은 흔히 말하는 사채에서 시작해 지금의 소비자금융이 되었다. 우리가 즐겨 찾는 저축은행도 인수를 통해 친숙하고 편리한 금융이 되어 실생활에 녹아들었다.
한국 대부업계를 이끌어나가는 대형 대부업체는 일본 자금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고 일본 대부업(대금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여기선 대부업으로 정리하겠다.)과 비슷한 모습으로 성장을 해왔다.

2010년을 기준으로 한 일본 대부업 시장은 약 30조엔 규모로 그 중 무담보 대출은 5조 3천억 엔 정도다. 전체 일본 대부업 시장의 약 18%에 달하는 규모다. 90년대 무담보 대출의 비중은 7%에 불과했다. 20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70년대 일본은 법정 최고금리가 100%를 넘는 수준이었다. 살인적인 법정 이자를 통해 급속히 성장한 일본 대부업계는 결국 ‘사라킨’이라 불리는 사회적 문제(불법 추심 등에 인한 자살, 강도 등)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정부는 그 후 대부업과의 전쟁을 통해 이자제한법을 제정하는 등 대부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나갔다.
한국처럼 ‘대부업을 규제하면 음성화된다’는 풍선효과와 같은 변명은 없었다.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규제, 관리 감독 강화는 대부업체를 경쟁시키고 법과 제도권 내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 결과적으로 대부업체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밑거름이 되었다.
90년대 약 3조엔 대에 이르던 대부 시장은 2010년 12조 엔까지 늘었다가 정부의 규제로 현재는 5조엔 대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업 시장의 대부분은 대출 잔액 500억 엔 이상의 22개의 대형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70년대 100%가 넘었던 법정금리는 꾸준히 규제하여 현재는 20%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상황만 보면 일본 대부업은 망해가거나 장사를 하기 어렵다고 집회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이들의 자금 조달 금리가 1%에서 2% 선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70년대 100%가 넘는 법정 최고금리보다 작지만 안정적인 현재의 20%의 금리가 훨씬 매력적인 상황이다. 법과 제도 안에서 관리 감독에 따라 양질의 채권과 같은, 리스크 낮은 소비자들이 자금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업이 대부분 일본 대부업의 영향력에 있다는 걸 고려할 때 일본 대부업의 현재와 우리나라 대부업의 앞날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 대부업과 우리나라 대부업은 소비자의 인식 및 대부업 문화, 정부의 정책 및 제도 자체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데 이를 분명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본처럼 대부업체를 상장시키거나 영업 제한을 푸는 것처럼 갑자기 모든 걸 일본처럼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의 규제와 관리 감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소비자 보호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세워진 후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거나 보완하는 등의 끊임없는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큰 틀을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야만 가능한 구조이다.
이미 국내 대부업 시장의 이용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저축은행도 인수할 만큼의 자금력을 가졌고, 매출 1조 원이 넘는 거대 기업도 존재하는 시장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약방문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과 앞으로 대부업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분명한 기준을 삼아 접근해야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부업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불가능한 현실이라면 기준을 명확히 하고, 관련 주체들이 참여하여 시장의 안전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것이다.
남의 돈 먹기가 쉬운가? 까다롭고 강한 시스템으로 검증받은 업체만이 시장에 존재한다면, 누가 대부업체를 색안경 끼고 볼 것이고 또 누가 대부업체로 인해서 피해를 받고 억울한 사연이 쌓이겠는가.

하나씩 하나씩 바꿔나가자, 일 터지고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외치지 말자. 세월호, 임 병장 사건 등 초대형 사건들이 쉬지 않고 터지고 있다. 그 와중에 금융 관련 사고도 쉬지 않고 터지고 있고 앞에 터진 사건들은 해결조차 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것인가, 아니, 언제까지 소 잃었는데 외양간은 고칠 생각도 안 하고 새로 살 소만 생각할 것인가?
누차 말하지만 소 잃었으면 외양간부터 고치고 새로 시작할 생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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