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원갑 (소설가, 역사연구가) 1945년 강원도 평창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1983년 신동아 논픽션공모에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비인간시대』, 『연수영-불멸의 전설』, 역사교양서 『한국사를 바꾼 여인들』, 『한국사 제왕열전』, 등이 있다.

건강보험료 개혁 시급하다

건강보험료(健康保險料)가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는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금도 많이 받고 잘 사는 돈 많은 사람이 자식들의 부양가족으로 얹혀 ‘무임승차’를 하는 반면 돈 없고 가난한 독신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기도 한다. 소득이 전혀 없었던 ‘송파 세 모녀’도 월 5만 원의 건강보험료가 나왔다. 수입이 전혀 없고 집만 있는 노인네들이 월 20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야 하고, 월급 300만 원인 독신 청년이 30만 원의 보험료를 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노숙자들도 월 3만 6천 원의 보험료가 나온다고 한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이처럼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건강보험료는 불평등하고 가혹한 세금과 같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이래 3년째 추진해온 건강보험료(健康保險料) 개편 계획을 느닷없이 무산시켰다. 참으로 황당무계한 행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 28일 “올해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며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이 줄어드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추가 소득이 있는 근로소득자와 (고소득)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불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의 불만이 두려워 꼬리를 내린다는 고백이다. 참으로 터무니없고 어처구니없다. 뭐 이런 정부가 다 있나!

해당 대상자 일부의 불만이 무섭다면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해당자의 불만이 없어질 리 없다. 이는 박 정부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차라리 준비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이런 식의 문제 회피라면 정부의 책임 회피요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건보료 개편의 필요성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룬 지 오래다.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고, 취임 직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현행 부과체계는, 실직해 소득이 거의 없더라도 주택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건보료를 지나치게 많이 부담토록 하는가 하면, 소득이 많으면서도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도 조장해왔다. 합리성과 형평성을 갖추면서 고령화와 건보 적용 확대 추세 등에도 대비하기 위한 부과체계 개선은 절실하고 시급하다. 박 정부가 2013년 7월 민 · 관이 참여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구성해 개선안을 마련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문 장관이 29일로 예고했던 기획단의 개선안 발표를 27일엔 2월로 미뤘다가, 하루 만에 또 ‘무기연기’한 배경은 최근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급락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야말로 본말전도 주객전도다. 연말정산 파문은 실제와 달리 “증세는 없다”고 공언했던 꼼수가 자초한 것이다. 건보료 개편 또한 일각의 ‘증세 저항’ 개연성이 두려워 없던 일로 돌리겠다는 식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일정에 비춰 건보료 개편도 올해가 최적기다. 지금이라도 백지화 방침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방안을 확정해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들고 일어나길 기다리지 말고 부정적인 일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의 진정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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