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우 편집위원 (현) 월간 금융계 편집위원 / (현) 단국대 경영대학원 신용카드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중문학과 베이징대학 경제학 박사 / 여신금융협회상무이사한국신용카드연구소 소장 / 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

통화 전쟁(currency war)
               
지난 한 해 동안 가계대출이 64조 3천억 늘었다. 년간 6.6 % 신장이다. 이 중 은행권이 37조 3천억 원이고 나머지는 비 은행권대출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경기를 위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와 금리 인하의 영향이 크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해 10월 이래로 2.0%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담보 대출이자는 약 3% 전후다.

미국과 일본, EU의 기준금리는 제로 및 그에 가깝다. 마이너스 금리(negative interest)시대다. 최근 덴마크와 스웨덴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덴마크는 올 해 들어서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추었다. 지난 달에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 시에 적용하는 금리를 -0.75%로 인하했다. 돈을 맡기는 편이 오히려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스웨덴도 지난 달 기준금리를 0%에서 0.1%로 조정하는 동시에 100억 크로나(약 1조 3천억원)를 풀기로 했다.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은 유로화에 대하여 자국의 화폐가치가 급등하자 수출이 입는 타격을 막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지난 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자를 제 자리에 묶어둔 건, 아직 환율전쟁이 벌어지지 않은만큼 높은 환율을 위하여 금리를 낮출 의향이 없다는 의도다. 여러 나라들의 금리인하는 경기회복세를 높이고 물가하락 속의 경기침체(deflation)를 막기 위해서인데 결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경쟁적으로 환율을 조정하여 주변국을 가난하게 만드는 이른바 ‘인근 궁핍화 전략(beggar–thy neighbor)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은 2008년 12월부터, 일본은 그 이전부터 제로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EU나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등이 여기에 가세했다. 선전포고를 미리 하는 경제전쟁은 없다. 경기침체를 막는다 하여 금리와 유동성이 무기가 되어버린 글로벌 시장은 사실상 통화전쟁터다.

3월 첫 주에 들어서니 바로 경칩이다. 긴 겨울 잠을 자던 동물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난단다. 초 봄에 무에 그리 큰 천둥이 요란할까마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대지는 안다. 하루가 다르게 남쪽에서 온기가 밀려오자 신춘전령 목련도 어느 사이엔가 흰 목덜미를 드러낸다. 그 몽우리는 꽃을 피우려는 희망이리라.
한은이 아직은 ‘환율전쟁’이 아니다면서 금리를 묵어 두었다. 큰 전쟁이 나야 비로서 응전하겠다는 얘기인가 하여 기우(杞憂)를 한다.

싸움은 미리 막아야 하지만 선제적이어야 이긴다. 목련이 잔설(殘雪)의 이른봄에 꽃 몽우리를 피우는 건 계절을 미리 알아차린 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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