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및 출생장려를 위한 육아휴직제도 개선이 목표
“현행 임금피크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상 직접 고객과 대면할 수 밖에 없는 업종 중 하나가 바로 은행업무다. 직접 고객과 응대해야 하는 은행업 종사자들은 여타 종사자들보다 많은 고충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점포 폐쇄와 디지털화로 현장의 은행 종사자들의 입지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노조측도 사측에 강경대응도 못하는 상황이다. 전국금융노동조합 박홍배 위원장을 만나 금융업계의  현실과 대응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박홍배 위원장(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박홍배 위원장(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지난해(2021년)는 2019년 12월 중국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위기가 찾아왔다. 특히 금융권의 변화가 불가피 했다. 지난해 코로나 시대금융권의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모두가 그러했듯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가 줄어들었고,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비대면 방식의 금융상품 가입이 크게 증가했다.

현재 은행들은 앞 다투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고, 핀테크․빅테크기업들 역시 금융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3개로 늘어났고,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 이후 기존 금융그룹들의 주가와 시총을 압도했다. 부동산가격과 임차료 상승이 내점고객 감소와 맞물려 점포 축소 가속화를 가져왔다.

점포가 줄어들자 희망퇴직 연령이 점점 더 내려가기 시작했고, 인원이 줄어들어 점포에 근무할 직원이 부족해서 또 점포를 없앴다. 이러한 현상이 한국뿐만 아니라 거의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UNI(국제사무금융서비스노조) 회의에서 확인했다.  
지난해 금융인들의 근무여건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불특정다수인들이 찾는 은행점포의 대면창구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특히 코로나에 직접 노출돼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이들을 위한 은행차원에서의 예방대책과 처우개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은행들도 재택근무 등을 실시하는 한편 한 부서의 인원을 두 곳 이상의 사무공간으로 분산 배치해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모 시중은행은 영업점 직원들에 대한 단축근무를 실시했고, 모 국책은행은 영업점 직원들까지 재택근무 대상에 포함시켰다. 초기에는 은행측의 마스크 공급이 충분치 않아 노조가 조합비로 마스크를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체온계나 마스크, 가림막 등 기본적인 물품을 비치하는 문제를 협의할 때 사측이 비용문제로 난색을 표했을 땐 서운함이 컸다. 

특히 은행영업점내 사회적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업무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대면 창구직원들의 코로나 감염 등이 있었다면 이들에 대한 예방과 처우개선은?

금융산별 차원에서 사용자단체와 협의해 현재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오후 30분씩 단축 운영 중이다. 또 거리두기가 어려워질 정도로 객장이 혼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기 고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백신 접종 초기에는 영업점 직원들의 조속한 집단면역을 위해 백신 우선접종 문제를 지자체 등과 협의했고,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는 2+1 백신휴가 도입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영업점, 본점, 콜센터 할 것 없이 확진자가 계속 나왔다. 그러나 고객을 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방법이 없다. 금융노동자들은 지금도 마스크를 쓴채 아크릴 가림막 너머에 계신 고객들에게 하루 종일 상품을 설명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등 금융권의 채용비리로 인한 각종 수사 및 재판등이 이어졌다. 일부는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실무자의 경우 구속된 경우도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한 노조측에서는 어떻게 대처 했나?

노조 차원에서 추가로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하고 노조가 사용자측과 협의해 부정합격자를 면직시키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수시채용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 은행의 경우 1심 재판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고객의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업에서 채용비리는 자칫 조직의 존립을 흔들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법의 잣대가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금융권 채용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많은 은행들이 은행 채용비리 사태 이후 블라인드 면접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 전반의 인식들도 많이 바뀌어서 이후 특별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지금은 채용비리가 문제가 아니라 공개채용이 아예 중단되는 추세인 것이 더 큰 문제다.

은행점포가 준다는 것은 결국 은행원의 감축과 직결된다. 은행측의 점포 축소는 왜 추진한다고 생각하는가?

점포를 줄이는 이유는 이익, 그 중에서도 단기적 이익 때문이다.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개별 점포의 수익성을 평가해 수익이 나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없애고 있다. 

점포를 없애더라도 고객의 대부분은 인근 점포를 통해 거래를 유지하기 때문에 비용은 줄일 수 있고 수익은 크게 감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과도한 점포 폐쇄는 결국 고객들로부터 배신감이 들게 할 것이고, 은행을 대체하는 Neo Bank, 이를테면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사들의 유사 금융서비스로의 고객 이탈을 초래할 것이다. 최근 목포시, 서울 월계동등지에서 시중은행들이 점포를 없애자 상인들과 주민들이 집단 반발을 하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점점 더 확산될 것이다. 은행들은 고객에 대한 배신행위를 중단하고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은행원의 감소는 노조원의 감소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합원의 인원 변화가 있다면 말해달라?

조금 씩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타임오프 인원 산정 기준일인 12월 31일 이후에나 확인될 것 같다.

최근 은행장 및 지주회장, 자회사 사장단 등 임원의 선임과 선출 등에 노조입장에서 볼 때 불만이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이며,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선임하는 기구나 주체들은 조직을 잘 이끌 리더들을 발탁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관점에서는 현재의 금융지주회사들의 지배구조 자체에 문제가 크다. ‘금융지주회장은 3연임 못하면 바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지위에 오래 있을수록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를 하게 되고,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말로는 ESG 경영, 사회적 책임을 말하면서도 점점 더 투명성을 잃게 되고, 노동을 존중하는 조직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임원추천위원회 등에 소비자단체 대표, 노동조합 대표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2022년 금융권 노조활동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디지털 전환이 핵심 활동 방향이 될 것이다. 금융산업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고 지켜야 할 공공성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자 한다.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철수 사태의 재발 방지, 은행들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에 대한 제동, 채용 확대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싸울 것이다.

지난해부터 전개해 온 빅테크 편향적 규제 정책의 중단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눔, 국민연금 수급연령 시까지 정년 연장 그리고 신규채용 효과 없이 조직 내 갈등만 유발하는 현행 임금피크제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성평등 및 출생장려를 위한 육아휴직제도 개선 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올(2022년) 3월 9일에 대선이 있다. 금융권 노조입장에서 어떤 정책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한다고 생각하는가? 또 정책적 조언을 한다면 한말씀 부탁드린다.

말로만이 아니라 노동 중심, 사람 중심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희망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정한 금융산업 디지털 전환을 이끌 후보, 금융시장의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고 정의를 회복할 후보, 금융시스템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이해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성평등사회 구현을 위해 함께 할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조언이랄 것은 없다.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 준비 과정이 없었다’는 핑계도 댈 수 없는 만큼 잘 준비해서 집권 초기부터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대로 확실하게 정책을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노조원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노동자로서 사는 일은 보람도 있지만 힘든 일이다. 사용자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늘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실에서 박홍배 위원장 인터뷰 장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실에서 박홍배 위원장 인터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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