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티재 전망대와 말티재. 사진=길지혜
말티재 전망대와 말티재. 사진=길지혜

[금융계=김선근 기자] 어느새  겨울이 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여행의 감성을 자극하는 4월이 다가오고 있다. 꽃내음이 실려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한다.

이번 여행지 소개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4월 테마인 ‘설레는 드라이브 여행’에서 추천하는 여행지다. 

낭만적인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드라이브. 사진=권다현
낭만적인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드라이브. 사진=권다현

◆ 낭만과 그리움을 찾아서 ‘인천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드라이브’

경복궁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서쪽에 인천 정서진이 자리한다. 정동진 일출이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면, 정서진 일몰은 낭만과 그리움을 대변한다. 

해 질 무렵 정서진은 드넓은 서해가 넉넉한 품을 벌리고, 주홍빛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이 그림처럼 떠 있다. 조약돌 모양을 본뜬 ‘노을종’과 고즈넉한 아라빛섬, 아라타워 23층에 있는 전망대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정서진 드라이브 코스는 인천 서구 정서진로·계양구 아라로 일대에 위치한다. 이국적인 경인아라뱃길을 끼고 달리는 길에 정서진의 노을까지 더해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언제든 자동차를 멈추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공원도 많다. 

정서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일몰이다. 광장에서 바라보면 드넓은 서해가 넉넉한 품을 벌리고, 주홍빛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이 그림처럼 떠 있다. 물때에 따라 신비로운 갯벌이 드러나기도 한다. 왼쪽에는 범섬을 품은 영종대교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지역별 일몰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각종 포털에서 검색 가능한데,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빛깔을 보려면 적어도 한 시간 전에 도착하길 추천한다. 또 경인아라뱃길을 발아래 두고 걷는 아라마루전망대와 국내 최대 규모 인공 폭포인 아라폭포가 볼만하다. 저녁이면 알록달록한 조명이 아름다운 야경을 빚어낸다.

자동차에서 바라보는 경인아라뱃길도 아름답지만, 유람선을 타고 상쾌한 강바람을 직접 느껴도 좋다. 선상에서 펼치는 다양한 공연이 재미를 더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녹갈색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녹청자의 매력을 엿보는 녹청자박물관도 추천한다. 1970년대부터 한자리를 지킨 가좌시장은 인천의 푸근한 인심을 만나는 전통 시장이다.

하늘에서 본 연포마을과 동강 전경. 사진=진우석
하늘에서 본 연포마을과 동강 전경. 사진=진우석

◆ 물레재 넘어 펼쳐진 동강 ‘샹그릴라·정선 연포분교 가는 길’

정선에서 강원 정선군 신동읍 연포길 연포분교캠핑장이 있는 연포마을로 가는 길은 둘이다. 하나는 정선읍에서 줄곧 동강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신동읍 예미리에서 물레재를 넘는 길이다. 

특히 물레재 길은 연포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오래된 길로,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예미역에서 출발하면 유문동, 고성리재의 고성터널, 물레재 등을 차례로 지나는데,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 찾아가는 기분이다. 

옛 기억을 더듬어 연포분교로 가는 길 시작점은 인적 뜸하고 소박한 예미역이 적당하다. 예미역은 청량리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다섯 번 정차한다. 무인역으로 운영되지만, 내부가 깔끔하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물레재 정상에는 솔숲이 우거지고, 서낭당이 자리한다. 물레재는 옛날 고갯마루에 실을 뽑는 물레가 걸려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연포마을과 소사마을 사람들이 장에 가려면 물레재를 넘어야 했다. 도로가 없을 때는 걸어서 험한 고개를 넘었다. 서낭당에 그 시절 주민들의 애환과 기원이 담겨 있다.

험준한 물레재를 넘는 길에는 동강 일대 최고봉인 백운산이 반겨준다. 소사마을에 닿으면 동강의 상징인 뼝대(바위로 된 높고 큰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세월교를 건너면 동강이 휘감는 지점에 연포마을이 폭 안겨 있다. 

연포분교는 연포분교캠핑장으로 바뀌었지만, 부드러운 동강과 웅장한 뼝대가 어우러진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다. 연포분교는 캠핑장을 꾸미면서 많이 변했지만, 학교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다. 오지 캠핑 장소로 마니아 사이에 인기다. 연포분교는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 

연포마을에서 나와 동강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자. 다시 물레재를 넘어 원덕천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따르면 제장마을 입구다. 마을로 건너가는 다리 아래로 시원하게 흐르는 동강과 백운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고성리에는 전망대가 두곳이 있다. 그 중 해발 425m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정선고성리산성(강원기념물)은 동강과 백운산 일대 산세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동강 조망이 탁트인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은 이름은 휴양림이지만, 캠핑장만 운영한다. 널찍한 전망대에 서면 백운산 아래로 흐르는 동강이 장관이다. 

휴양림에서 내려오면 가수리까지 동강을 끼고 달린다. 나리소전망대와 가탄마을을 지나 가수리에 이른다. 수령 570년이 넘은 가수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동강을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열두 굽이 말티재 전경. 사진=길지혜
열두 굽이 말티재 전경. 사진=길지혜

◆ 열두 굽이 봄을 깨워 달리는 보은 ‘말티재’

어디든 내달리고 싶은 봄이다. 봄이 마음을, 길이 바퀴를 움직인다.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IC에서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열두 굽이 말티재가 나온다. 

이름부터 지붕이나 산의 꼭대기를 의미하는 마루의 준말인 ‘말’과 고개를 뜻하는 ‘재’를 합쳤다.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도 말티재에서는 절로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그래서인지 창문을 내리고 계절을 만끽하는 드라이브 여행에 제격이다. 

나무가 새잎을 틔운 봄엔 굽잇길이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장재저수지에서 해발 430m 정상까지 약 1.5㎞ 거리로,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표지판 옆에 세운 세조의 조형물이 말티재의 시작을 알린다.  지금은 황매화 1만8000주가 이제나저제나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 중이다. 

노란 매화 향에 취해 굽이마다 설치된 반사경을 놓치지 말자. 핸들을 좌우로 돌릴 때, 반대편 차량을 확인하며 안전하게 운행이 필요할 만큼 경치가 좋다. 속리산 법주사로 향하던 이 험준한 고갯길을 신라 사람도, 고려 왕건도, 조선의 세조도 걸었다. 돌고 도는 굽잇길마다 켜켜이 쌓인 역사를 알면 드라이브가 새롭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말티재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있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속리산테마파크도 꼭 한번 들러봄 직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목탁봉 정상에 오르면 속리산 풍경이 장쾌하다.

상춘객의 설렘 가득한 모노레일을 타고 목탁봉 정상에 오른다. 모노레일은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 접수하며,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전망대에서 하행 시각을 예약하고 카페와 공원을 둘러보면 된다. 3층 전망대에서 속리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관음봉, 문장대, 문수봉, 비로봉에 언젠가 오를 다짐을 전하며 카메라 줌을 당기면 보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까지 보인다. 목탁봉전망대 준공 기념으로 정이품송의 아들 나무를 심었다.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도 눈에 띈다. 목탁을 세 번을 치면 소원이 이뤄진다니 재미 삼아 두드려도 좋겠다.

말티재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등재된 보은 법주사(사적),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에 닿는다. 난공불락의 요새 삼년산성(사적)까지 보은으로 봄맞이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보자.

만리산전망대에서 본 국도35호선과 오마교. 사진=박상준
만리산전망대에서 본 국도35호선과 오마교. 사진=박상준

◆ 살랑살랑 차 타고 봄 타러 ‘국도 35호선 봉화 법전-명호 구간’

안동 도산서원에서 태백 초입에 이르는 국도 35호선 구간은 세계적인 여행 정보서 ‘미슐랭 그린 가이드’가 일찌감치 별 하나를 부여한 길이다. 

그 가운데 봉화의 골은 꾸밈없이 아름다워 마치 계절의 전령이 숨겨둔 봄의 통로인 양하다. 익숙해서 놓치고 지난 우리 산하의 비경이 잠시나마 숨 가쁜 일상을 지운다. 이 길을 느릿하게 누릴 요량이라면 사미정계곡 즈음에서 남하할 일이다. 

느릿하게 누리며 남하할 요량이라면 사미정계곡 즈음에서 국도35호선으로 접어들 일이다. 호젓한 도로는 오른쪽으로 낙동강을 향하는 운곡천이 흐르고, 왼쪽으로 다정한 산골 풍경이 스친다. 그러다 운곡천에서 잠깐 멀어져 수수한 산길을 얼마간 오른다.

범바위전망대는 낙동강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고,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과 예던길 선유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국도35호선 변의 대표적인 산책로다. 예던길은 ‘가다’ ‘다니다’를 뜻하는 옛말 ‘예다’에서 딴 이름이다. 퇴계 이황은 10대 시절 숙부에게 글을 배우기 위해 집과 청량산을 오갔는데, 그 걸음이 노년까지 이어졌다. 

예던길은 그 자취를 좇아 만든 걷기 좋은 길이다. 봉화의 예던길은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에서 청량교 정도다. 그 중간 지점의 예던길 선유교는 백용담 소(沼) 위의 ‘신선이 노니는 다리’라는 의미다. 하류 쪽은 초록 물빛과 기암이 조화를 이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무인 카페 ‘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는 청량산 ‘풍경 맛집’이다. 백두산 호랑이를 만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의 누정 문화를 감상하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역시 봄날이라 반가운 여행지다.

남해 드라이브 여행 1번지 물미해안도로. 사진=장보영
남해 드라이브 여행 1번지 물미해안도로. 사진=장보영

◆ 남해 물미해안도로, 미조항에서 물건항까지 이어지는 ‘낭만의 드라이브 여행’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조로 미조항에서 삼동면 동부대로 물건항까지 남해 물미해안도로는 국토교통부가 아름다운 해운 도로로 설정할 만큼 특별한 풍경을 품고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누구나 이동의 절대적 필요성을 느낀다. 그것도 특정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필요성을.” D. H. 로렌스가 ‘바다와 사르디니아’에 남긴 문장으로 이는 해마다 봄이면 하릴없이 ‘남쪽’이 떠오르는 한 가지 이유가 된다. 

볕이 좋고, 산의 초목이 산뜻하며, 꽃이 가장 먼저 피는 남쪽. 남쪽의 여러 도시 중 남해는 이국적이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여 전국의 상춘객이 사랑해 마지않는다. 

고흥, 여수, 통영, 거제 등 남쪽에 아름다운 도시가 많지만 그중 남해(南海)는 이름부터 상징성이 있다. 남해는 ‘우리나라 남쪽 바다’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해(sea)의 남해(island)라니, 얼마나 특별한가. 비슷한 예로 동해(東海)가 있다. 

남해는 경남 남서부에 자리한 섬이다. 크게 남해도와 창선도로 구성된다. “남해가 섬이라고?” 하며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남해는 섬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다만 1973년 하동군 금남면과 남해군 설천면을 연결하는 남해대교가, 2003년 사천시 대방동과 남해군 창선면을 연결하는 삼천포대교가 놓이면서 남해는 두 발로 이동하는 육지가 됐다. 특히 남해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로, 개통한 지 50년이 된 지금도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4월의 봄빛 찬란한 남해를 드라이브하며 여행한다. 바로 2010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해안누리길에 오른 물미해안도로 일주!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약 15㎞ 드라이브 코스로, 일부 가파른 암벽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와 굽이진 길을 지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섬이 인상적이다. 

물미해안도로를 일주하기 위해 남해군 최남단의 미조항에서 시작하면 좋다. ‘미륵이 도운 마을’ 미조리에 있는 이곳은 풍광이 아름답고 어장이 비옥하기로 유명해 봄에는 멸치잡이로, 가을에는 갈치잡이로 낚시꾼이 문전성시다. 이를 증명하듯 미조항음식특구에는 멸치갈치세트를 대표 먹거리로 내세운 식당이 여러 곳이다. 항구 인근에 해풍을 막기 위해 조성한 남해 미조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이 있고, 등대와 방파제까지 해상산책로를 마련했다.

미조면 송정리의 초전몽돌해변은 미조항에서 빠져나와 물미해안도로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국도3호선 초입에 자리한다. 캠핑장이 있는 초전마을은 여름이면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초전몽돌해변과 항도몽돌해변,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등 스치고 만나는 곳이 드라이브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남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구석구석에 다양한 명소가 있어 5분이 멀다 하고 차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색이 드라이브 여행이니 차를 타고 시원하게 달려본다. 한낮의 바다 위로 윤슬이 부서진다. 바다는 떨어질 듯 위태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저 아래로 멀어지기도 한다. 품에 안을 듯 소박하게 느껴지다가 태평양처럼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늘 눈 닿는 곳에서 반짝인다.

물미해안도로 드라이브 여행의 마무리는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에서 장식한다. 물건항 방조제가 바라보이는 약 1.5㎞ 물건해변을 따라 펼쳐진 폭 30m 방대한 숲이다. 태풍과 해일, 밀물 등 염해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그마치 300여 년 전, 이곳 주민들이 방풍림으로 조성했다. 팽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 낙엽활엽수 40여 종과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2000여 그루를 심었으나, 현재는 나목만이 그윽하다.

물미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 전후로 남해1경 금산 보리암,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독일마을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물미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 전후로 금산 보리암에 들르자.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해수 관음 성지이며, 남해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태조 이성계가 여기서 백일기도를 올린 뒤 조선왕조를 열었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보리암에서 발아래 펼쳐지는 풍광은 왜 이곳이 남해1경인지 절로 수긍하게 한다.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풍요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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