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금융계 / 김정호 기자]

정신없이 바쁘다고?

바빠도 행복한 블로거 ‘가위남’ 김성훈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이 있다. 요즘 세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누구나 다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어디를 향해 뛰고 있는지 잊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몸은 바쁘고, 정신은 간데없는 사회를 살고 있다.
이 정신없이 바쁜 세상을 살면서 꿈을 가지고 노력한다는 건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특히 회사에 매인 직장인이 꿈을 향해 노력한다는 건 정말 초인적인 의지가 없으면 힘들다. 주말이나 퇴근 후, 시간을 내 여러 학원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더 나은 직장, 혹은 직장 내에서 더 나은 자리를 얻기 위한 자기계발인 경우가 많다. 그걸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당장 현실을 외면한 채 꿈을 위해 전력투구하기엔 가진 게 없는 소시민이다.
그러나 소시민도 꿈꿀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인프라가 좋은 우리나라에서라면 수많은 사람에게 응원받으며 당신의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망설임 없이 한걸음 씩 다가가는 8년 차 직장인 김성훈 씨를 만났다.

Q. 가위남…. 가위손은 흔하게 봤는데, 헤어디자이너는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름은 무슨 뜻인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자기소개 좀 부탁합니다.

A. 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가위남’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블로거 김성훈입니다. 가위라는 단어 때문에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은 헤어디자이너냐고 오해를 많이 하시곤 하는데, 가위남은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남자’라는 뜻이에요.

Q. 요즘 파워블로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도 있던데요. 블로그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시는 건가요?

   
 

A. 블로그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긴 했지만, 저랑은 거리가 먼 이야기네요. 그 정도로 큰 블로그도 아니고요.
저는 건축분야 중견기업 설계팀에서 근무하는 8년 차 직장인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가위남 블로그는 요리, 레시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그며, 하루 1,000분에서 2,000분가량이 들러주시곤 합니다.

Q. 블로그를 직장생활을 하면서 유지해 나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굳이 힘든 일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A. 저는 10년 뒤에 오너셰프가 되는 게 꿈입니다. 지금이야 제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 나이는 50세 전후잖아요? 점점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평균 결혼 연령은 올라가는데, 퇴직 나이는 그대로라는 건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지출이 가장 많은 나이에 보통 퇴직을 맞이한다는 거죠. 물론 직장생활을 더 오래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요즘 시대에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10년 뒤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한걸음, 한걸음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습니다.

Q. 오너셰프가 되기 위한 준비로 요리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게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지는 않나요?

A. 제가 몸담은 회사에서 하는 업무와 요리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일이죠.
10년 뒤 꿈을 좇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지금 하는 업무잖아요?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야 10년 뒤를 생각할 수 있겠죠. 지금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본업입니다.
본업을 충실히 한 다음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틈틈이 이용해서 요리를 통해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Q.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일. 왜 하필 요리를 선택하셨나요?  

   
 

A. 꿈이란 건 제가 행복하기 위해 꾸는 거죠. 제가 행복해 지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요리를 할 때, 그리고 제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줄 때 행복을 느낍니다. 꿈은 더 많은 사람에게 제 요리를 선보이는 거지만, 준비과정인 지금은 그 누구보다 가족이 제 요리를 맛있게 먹어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죠.
저는 “Knockin` On Heaven`s Door”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요. 이 노래를 부른 밥 딜런이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고, 그 사이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래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죠.
지금도 그렇고, 10년 후도 그렇고, 저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블로그 활동이 꿈을 좇는 데 도움이 되나요?

A. 제게 행복한 사람이란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남자’에요. 가위남이라는 닉네임이 제 목표를 끊임없이 되뇌게 해줘요. 이게 제 브랜드고, 제 정체성인 거죠. 아직 작지만 십 년간 키워나갈 씨앗인 겁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요리와 레시피는 제가 타고 올라갈 사다리죠.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많은 분과의 소통은 비료입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나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죠.
씨앗을 만들고, 싹을 틔워 비료를 먹고 자라며 사다리를 타고 쑥쑥 커 올라가는 것. 이렇게 저는 블로그를 통해 꿈을 좇습니다.
물론 요리뿐 아니라 요식업 경영도 차근차근 공부하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말했다시피 블로그를 통해 힘을 얻습니다.

Q. 마지막으로 김성훈 씨와 같은 입장인 힘겨운 직장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제가 무슨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거나 성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았다는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직장인으로 살며 느끼는 미래에 관한 불안과 현재에 대한 공허함 등에서 눈 돌리고 과감하게 꿈을 바라볼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모두가 행복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네요.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 화이팅!

저작권자 © 금융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